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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철 기자를 기억하며 (서울신문)
  • 작성일2020/05/13 09:18
  • 조회 4,825
타인엔 관대 자신엔 엄격…약자·정의 편 섰던 내 친구

4월 13일 천안의 쌍용선원이라는 사찰에서 용철이의 49재를 올렸습니다. 불교는 사람이 죽은 후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 49일간 중유(中有)의 상태에 놓인다고 가르칩니다. 49재는 중유에 놓인 영혼이 좋은 생을 받기를 기원하며 올리는 재입니다. 불교의 교리를 따르자면, 용철이는 영혼이나마 49일간 이 세상에서 우리 곁에 있었지만 4월 13일 다른 세상으로 건너간 셈입니다.
재를 주관한 스님은 용철이에게 이 세상의 번뇌와 인연을 끊고 다른 세상으로 갈 것을, 남은 사람들에게는 지금 생에서 용철이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내려놓고 용철이를 다음 생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두 시간가량 스님의 지도 하에 절을 올리고 불경을 외면서도 용철이를 보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계속 반문했습니다.

2월 22일 용철이가 결혼식을 마치고 카카오톡으로 ‘내 오른쪽’이라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결혼식에서 기념촬영을 할 때 용철이 오른편에 섰는데, 결혼식에 와줘서 고맙다며 남긴 말입니다. 애교 넘치는 표현에 오랜만에 설렌다는 감정까지 느꼈습니다. 마지막 대화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용철이는 이처럼 다정다감했고 배려심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취재원들에게 폐를 끼친다며 항상 죄송스러워했습니다. 자신의 취재 활동과 기사가 취재원들의 삶에 오히려 해가 되지는 않을지 끊임없이 성찰했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 사회에 정의를 세우겠다는 신념을 갖고 힘겹게 취재하고 기사를 썼습니다.
용철이에 대한 추억을 내려놓아야 용철이를 보낼 수 있다면 아직 보낼 준비는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의 무관심과 게으름 때문입니다. 6년간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면서도 용철이가 어떤 삶을 살고자 했는지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용철이가 쓴 기사, 용철이와 나누었던 카카오톡 대화를 읽으며 용철이의 삶, 그리고 용철이와 저의 관계를 반추하고 정리하려 합니다. 그때까진 용철이가 제 왼쪽에 있길 바랄 뿐입니다.

용철이 유가족분들은 저를 볼 때마다 회사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황망하고 원망스러우실 텐데 극도의 인내력을 발휘하시며 저희를 배려하셨습니다. 용철이의 모습을 보는 듯했습니다. 저도 선후배님들께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용철이를 계기마다 진심으로 추억해주셔서 항상 저희 곁에 있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박기석 기자(서울신문 노동조합)